다방(커피숍), 커피전문점, 그리고 까페

2008/11/17 15:47 Journal

"[커버스토리]커피의 전설… 로스팅 마술로 빚는 千의 맛"

우연히 발견한 글인데 옛날 생각도 나고해서 한 마디. 우리나라 패밀리 레스토랑 얘기를 할 때 티지아이 프라이데이를 빠뜨리면 안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커피 역사를 언급하면서 커피 전문점 얘기를 안하면 어떡하나? 기사에서는 빠뜨린 것은 바로 쟈뎅과 도투루.

쟈뎅과 도투루는 90년대 초반 주로 대학가 주변을 중심으로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커피 전문점이다. 커피값은 쟈뎅 기본 1,000원, 도투루 기본 800원. 요즘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4~5천원씩 해서 비싸니 어쩌니 하지만, 돌이켜 보면 1990년대 초에도 대학가 앞에 있던 좀 좋다는 까페(혹은 레스토랑)에서 마시던 커피값도 4천원 정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까페에는 가기 부담스럽고 어딘가 놀 장소는 필요한 대학생을 상대로 정확하게 틈새를 노린 곳이 바로 커피전문점이었다. 음식문화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따져 본다면 아마 한국에서 처음으로 셀프서비스라는 것을 대중화 시키지 않았나 싶다. 깔끔하게 일인용 액상프림과 봉지설탕 줬고, 알아서 가져다 먹으라고 냉온 정수기를 설치했고.

쟈뎅의 아류는 상당히 많았는데 기사에서 언급한 무슨 나이스데이니 로즈버드니 하는 것들은 커피전문점이 장사가 잘 되니까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대부분 쫄딱 망한 케이스. 상카, 왈츠, 춤추는 염소라는 것도 기억이 난다. 친구 중에 여러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마시고 로고가 박혀있는 커피잔과 받침을 몰래 훔쳐서 컬렉션을 만든 녀석이 있었다. 종류만 20개가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90년대 초부터 기존의 까페에다가 커피전문점이 생기면서 그야말로 커피만 팔던 전통적인 의미의 기존 다방들은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당시 시내에서 다방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영업을 하던 곳은 호암 아트홀 근처의 봉쥴다방, 세실극장 지하 세실다방, 광화문 여왕봉 다방, 을지로 2가 장군다방 등. 내가 기억하는 전형적인 다방은 소파가 아닌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파티션은 아이비 화분으로 되어 있고 크던 작던 어항이 있어야 했으며 카운터에는 못을 나무에 박아 만든 전표꽂이가 있어야 하는 곳이었다. 자리에 앉으면 자동으로 엽차나 보리차를 주고 커피를 주문하면 기본으로 프림은 넣어서 가져오는, 그런 곳이었다.

커피 전문점이 대중화 되기 전, 소위 오렌지족들이 마지막으로 횡행하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이 까페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에는(지금도 그런가?) 대부분 까페가 대중음식점(레스토랑) 허가를 받아서 장사를 했었다. 그래야 커피와 음료 뿐만 아니라 술(맥주)과 음식도 팔 수 있었으니까. 하여간에 커피를 마시러 가기도 했지만 밥을 먹으러 까페 가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웃기는 음식메뉴는 바로 경양식 정식이라는 게 있었다. 보통 까페에서는 함박스텍, 비후스텍, 돈까스, 생선까스를 먹던가 아니면 이것들을 조금씩 모듬으로 주었던 것이 바로 정식메뉴였다. 지금도 있나 모르겠네..^^ 하여간 이런 정식 먹고 후식으로 작은 우산이 꽂힌 파르페를 하나 먹어주면 세련된 대학생 행세를 할 수 있었던 시절. 정식은 보통 8천원 정도, 파르페는 5천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좀 유명하다는 카페로는 몇 군데 지점이 있었던 SE, 신촌 미네르바, 우드스톡, 대학로 장미빛 인생, 강남역 앙코르, 압구정동 라리 정도? 돌이켜 보면 요즘 된장녀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정도로만 따진다면 그 당시 이런 곳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다니던 오렌지들이 훨씬 된장남녀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짜장면이 1,200원일 때, 4천원짜리 커피에 5천원짜리 파르페라니...

다 같이 커피를 파는 곳인데 의미가 다른 듯하여... 다 잊어 버리기 전에 몇 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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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짜장면이 1200원이던 때가 있었다는 것도 꽤 충격적인데
    그 시기에 커피가 4-5000원 이라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네요;

    저 대학교 때 압구리 까페 갔다가 9800원짜리 커피를 시키고 너무 억울해서 4시간 죽치고 앉아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ㄱ-;;;;;
    • 흠.. 짜장면이 500원이었을 때도 기억나는 저는...
      저는 모호텔 로비에 있는 찻집에서 12000원짜리 오렌지 쥬스 먹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2. 시골에는 아직도 있습니다. 이른바 노땅 다방이라는... 커피에 계란 타주는...
    • 노땅 다방이라고 말씀하시니까, 마담,엽차,쌍화차 뭐 이런 것들이 생각나네요..^^
  3. 쟈뎅 커피가 1000원밖에 안 했었나요? 가물가물...

    90년대 후반쯤에 압구정의 어떤 원두커피 전문점에서 모임을 자주 가졌는데 "오늘의 커피"가 6천원하던 기억이...

    짜장면은 300원부터 기억이 납니다. 깡시골이어서 좀 더 쌌을지도 몰라요. ㅎㅎㅎ
    • 벌써 다 잊으셨단 말입니까? ^^
      생각해보면 아이엠에프 될때까지 물가가 무지하게 올랐더랬죠.
    • wani
    • 2008/11/23 15:40
    저도 대학 때 쟈뎅에서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서 이런저런 과제물 펴놓고 친구들과 얘기하던 기억이 납니다.
    맞아요 1000원 이였어요. 그 당시 나름 저렴한 가격이였죠~
    참 많이 갔었더랬는데... 좀 지나서 유행했던게 또 하나 있죠. 이름하야 락카페..
    • 락까페요? 하하하. 정말 저희때(?) 잠깐 있었던 쟝르구만요.
      나중에 디스코텍 변천사도 한번 써 볼까요? ^^
    • 그이
    • 2008/11/23 18:28
    엄연한 절도를 추억이랍시고 올리고 낄낄대는 꼴이 좀 우습네요.

    장난으로 훔쳐가는 그런 것들 때문에 영세상인들이 망하고

    자살하고 그러는 거 아무렇지도 않지?
    • 추억
    • 2008/12/20 01:34
    우연히 들렸다가, 익숙한 이름들이 나와서 반갑네요. ^^
    현재 미국생활 십년째,
    강남역 앙코르, 대학로 장미빛인생, 자뎅 도토루......
    모두 추억으로 남아있네요. ㅎㅎ
    글 잘읽었습니다. ~
    • 이용호
    • 2009/04/05 14:25
    옛 왈츠의 전통을 잇는 '왈츠와닥터만' 커피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년 옛 다방의 기억을 찾아가는 <다방전>을 하고 있는데요, 혹여 전시할 가치가 있는 자료가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wndyee@naver.com입니다. 물론 가치 있는 자료라면 구매할 의사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