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 또! 오해영

2016.06.29 12:25 Journal

2016년 오뉴월 내내 또오해영 앓이를 했다. 2016.6.28 마지막 방송을 보고 한마디 남겨본다.

1. 한국 드라마 마중물

(하늘같은아내는 결코 동의하지 않겠지만) 평소 아무 드라마나 마구 보는 편은 아니다. 더구나 외국에 나와 있는 몸이라 본방사수도 불가능하고. 보통 남들이 이구동성으로 다 재미있다 하고, 최종적으로 아내도 괜찮다고 해야 겨우 보기 시작한다. 사실 봤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싹 잊어버려서 굳이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봐야 안 본거나 다름 없었고. 또오해영도 처음 시작부터 바로 본게 아니라 3,4회가 방영된 이후 1회를 처음 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드라마를 보고 글을 쓴 것도 참 드문 일이고 오랜만이네. 예전 유학생 시절 영어공부를 핑계로 Lost에 대한 감상문을 에피소드 별로 꽤 오랫동안 썼던 기억이...

1회부터 7회까지는 드라마 스토리가 완벽했다. 이후 2회 연장방송 되면서 8회-10회는 망했고. 아마 이때 다른 드라마로 갈아 탄 사람들 많을 거야. 나는 오랜만에 열심히 보는 드라마를 중간에 그만두기가 너무 아까워서 가슴에 참을 인자를 여러번 새기면서 봤다. 이후 13회 나름 괜찮았고 17회에서는 이미 드라마 끝.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나인"이나 "킬미힐미"를 떠 올리면서 박도경의 타임슬립에서 복잡하지만 멋진 반전이 나오기를 살짝 기대했는데 역시나 로맨틱 코메디에게 바랄 것은 아니었다고 판명. 난 정신과 의사가 두사람이나 나오길래 도경의 다중인격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다시는 오버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18회를 보고 해도해도 정말 너무한다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한국드라마에 다시 관심이 생겨서 다른 것들도 애정을 가지고 챙겨보기로 한다. 닥터스와 뷰티풀 마인드 틈틈이 볼 예정. 특히, 뷰티풀 마인드는 메디칼 스릴러로서 뭐 하나 보여주기를 바란다. 제발 병원에서 사랑타령 좀 그만하고.

2. 배우 서현진

고백컨대 또오해영 앓이의 70%가 서현진의 연기 때문이었다. 연기자를 보고 그 이전 드라마를 찾아본 것은 "나인"의 이진욱이 처음이었다. 그때는 "로맨스가 필요해" 한편이었는데. 또오해영 4회까지 보고나서 와이프의 권유(?)로 "식샤를 합시다2" 18편을 단숨에 봤다. 그리고 "삼총사"까지 다보고 나서 이런 배우가 있었다니. "신들의 만찬" 같은 공중파 드라마의 주연급이었는데 지난 10년간 왜 그리 못 떴나? 와이프 왈, 얼굴이 주연급은 아니라고. 동의한다. 또오해영이 8회부터 죽을 쑤는 걸 보면서 전작 식샤2가 더 낫네 하면서도 끝까지 오해영이 백수지보다는 낫다고, 훨씬 더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전적으로 오버하는 연기가 더 자연스럽고 훨씬 더 예쁘게 보이는 그의 연기력 때문. 참고로 식샤2 13회에서 서현진이 갑자기 예쁘게 나온다.

3. 아재요 아재요 바라 아재요....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아재임을 자각했다. 그냥 드라마 재미있게 보면 될껄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졌다.

이제서야 미디어의 위력을 새삼 깨달았다. 솔직히 이렇게 푹 빠져볼지 몰으니까. 10회가 지나면서 좀 덜해지긴 했지만 매회 방송보는 것으로 모자라서 유튜브에 있는 촬영장 필름메이킹 거의 다 찾아봤고 생전 쳐다도 안 보던 인터넷 신문 연예면을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월요일 화요일 꼼꼼하게 챙겨봤다. 방송에서 다음회 예고편이 빠져있으면 주중에 기어이 찾아봤을 정도로. OST도 열심히 듣다 못해 외워 불렀다. 특히, 흩어져. 키를 낮춰도 가성으로 불러야하더라는. 오죽하면 PD가 될 껄 그랬어라고 했을까.

그러고 나니 좀 무서워졌다. 미디어가 우리를 정말 스스로 생각하게 놔두지 않는구나. 드라마 자체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자극적인 제목의 신문기사들. 벽키스가 어쩌고 엘리베이터 키스가 저쩌고. 다 보여줄 필요도 없이 꿀장면이니 뭐니 하면서 부분부분 짤막짤막하게 보여주면서 마치 전체를 다 본 것같은 느낌을 주는 것. 촬영장에서 연기자들의 연기 외 모습을 보여주면서 보는 나와 별 다를 바 없다는 듯한 느낌 주는 것 등. 미디어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우리를 둘러싸려고 한다. 물론 거기에는 더러운 경제학이 깔려 있는 것이고. 뭐 마음만 먹으면 푹 빠져지낼 수도 있겠더라. 아무런 고민없이. 나쁠 것도 없잖아. 나는 만족하니까. 중독이면 어떻고 세뇌면 어떠랴. 주저리주저리 썼다만 결론은 드라마 푹 빠져 보는거나 어르신들께서 채널A (쓰레기) 방송 보면서 저것들 빨갱이네 어이구 말세네 하는 것과 똑같다는 것. 그러니 스스로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 아재모드 끝.

4. 그래도 고맙다.

"사라지는 거 인정하면 엄한 데 힘주고 살지 않아" 박도경 아빠가 한 말. (10회) 여기서부터 사랑하기를 주저하는 도경의 마음이 바뀌었다. 이후 계속 되뇌이는 재지말고 아낌없이 주고 끝까지 가자. (오해영은 3회에서 이미 대차게 차이더라도 사랑, 그까이꺼 아낌없이 다 줘버리자 라고 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나서 힘을 빼야 할 수 있는 것들. 어찌보면 참 쉬운 일인데. 오해영 처럼 사랑하면 사랑한다하고 싫으면 싫다고하고 슬프면 울고 아프면 아파하고.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기가 참 어렵다.

드라마 보는 내내 다 보고 나서 한마디 꼭 쓰고 싶었다. 자기검열, 퇴고 따위 없이 그냥 솔직하게. 고맙다. 또오해영. 이젠 뜨겁게 안녕.

https://en.wikipedia.org/wiki/Another_Oh_Hae-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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